아버님... 하나뿐인 며느리가 이제서야 글을 씁니다.
생신축하편지는 생각하고 있었어도 이런 글은 상상도 못했어요.
주저하고 주저하다 몇번이고 마음 다잡고서야 이제 편지를 씁니다.
며칠전에... 아버님께 드렸던 생신축하카드를 읽었어요. 결혼 후 첫생신때부터 그이후... 모두 '건강'이라는 공통된 글귀가 있었어요. 그 무엇보다 아버님 건강은 언제나 걱정이었기에...
혹시나 약주를 좋아하시니 심장마비가 걸리실까 tv에서 심장마사지나 인공호흡 방법 나오면 베개로 연습하곤 했는데 이젠 아무 소용이 없네요......
누구보다 표현은 못하시지만 마음은 늘 사랑으로 가득하셨던 아버님....
도련님이 며칠동안 계속 야근하고 들어오면 쭈욱 몇날며칠을 지켜만 보시다 주말에 집에 가면 방에 주무시러 들어가시기 전에 저에게 한 말씀하셨죠? '재광이가 요즘 매일 늦게 들어온다'... 주무시고 나선 나오시자마자 하신 말씀이 도련님 들어왔냐고... 그 한마디 표현...
'에이~ 아버님, 어머님을 사랑하시잖아요?' 라고 반장난으로 여쭤보는 말씀에 '그럼 니 어머니 사랑하지' 라는 긴 말보단 '그렇지' 라는 짧은 표현을 하시던 아버님...
혹여나 자식들 더 고생할까 걱정많으시던 아버님...
사업 시작할때 저희보다 빚도 많으시던 아버님께선 저희에게 빚걱정말라고 갚아주신다 하고.. 저희보다 생활에 쪼들리시던 아버님께서는 생활비 모자라면 말하라시며 늘 저희를 먼저 걱정하셨었죠.
그래도 아버님께서는 다른 식구들에게는 사랑표현이 짧거나 서투르셨어도 동석이에게만은 맘껏 표현하시고자 하셨었는데... 동석이를 두고 가신 마음 얼마나 안타까웠을지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돌아가시고 싶지 않으셨을걸 알기에 너무 슬픕니다.
얼마전 동석이가 갑자기 베란다로 나가더라고요. 꼭 누가 부른것처럼. 왜그러냐 했더니 '할아버지' 라고 하더군요. 아버님이 동석이 보시러 오셨구나....했어요. 언제라도 동석이 보고싶으시면 오세요. 아버님 손자니까 낮이고 밤이고 아무때나 괜찮아요.
저는 태어나기 전부터 친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었거든요. 늘 살아계셨으면 이뻐했을텐데.. 그소리만를 듣고 자랐어도 그리움이란게 생기더라고요. 동석이가 저처럼 친할아버지가 없게 된게 너무 마음아팠었는데, 그래도 아버님과의 추억이 있으니까 동석이에게 계속 되뇌여서 아버님을 꼭 기억하도록 할게요. 너무나 이뻐하셨다고..너무나 사랑하셨다고...그러니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세요. 항상 옆에서 지켜봐주시고요...
얼마전 동석아빠 생일이었어요. 작게나마 상을 차리는데, 생각해보니 여지껏 아버님 생신상을 차려 드린적이 없더라고요. 늘 나가서 먹자 하셔서... 미역국 하나만 끓였을 뿐이었어요. 앞으론 생신상 같은것은 없는데... 이젠 제삿상 뿐이네요. 너무 죄송해요 아버님. 정말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정말 너무 못난 며느리... 정말 죄송해요...
지금도 편지를 쓰면서도 문득문득 꿈이었음 싶다 하네요...너무
보고싶어요. 아버님. 잠자기 전에 늘 속으로 아버님 부르다 잡니다. 혹여나 꿈에나 나오실까... 한번 보여주세요. 어머님이나 재형,재광, 아무에게라도... 너무 그립습니다.
어머님, 재형, 재광, 저, 동석....
아버님 많이 그립겠지만, 너무 슬픔에만 빠져있지 않고, 아버님 걱정 안끼치게 지낼게요. 무엇보다 아버님 좋은곳으로 가실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도록 노력할게요. 어느때보다 착하게 지내고 마음도 이쁘게 먹고...남은 가족들이 또 잘해야 아버님 더욱더 좋은곳 가신다면서요... 49제까지는 극락왕생하시게 저희도 노력할게요. 지금은 제가 아버님을 위해 할수있는게 이것밖에 없네요.
아버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그립습니다......
죄송합니다......죄송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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